글자크기plusminus [인터뷰│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 "아파트 수목도 나무의사 처방 받아야"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11.06 조회수 171

나무의사 자격이 도입된지 4년이 지났다. 나무에 병해충이 발생하면 전문 자격증을 가진 나무의사가 이를 진단해 처방하고 치료하도록 한 제도다.


나무의사는 도입 이후 자격증 시장에서 최고 인기를 끌었다. 나무의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자격제한이 까다롭고 시험과 교육 절차가 어려워 합격률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진입이 어려운만큼 자격 취득 후에는 상당한 보상이 주어질 듯 보였다.

하지만 나무의사가 현재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산림보호법 상 나무의사 처방을 받지 않아도 되는 수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현행 산림보호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수목과 공동주택 소유 수목은 나무의사 처방전 없이 농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나무병원이 영세해졌고 운영이 어려워 폐업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은 "산림보호법 개정은 국내 수목관리의 환경·경제적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며 "국회에 개정법률안이 올라가 있지만 쟁점 법안들에 밀려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무의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직업적 특성이나 수입 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수목진료 관련 학력이나 자격증 또는 경력 등의 응시자격을 갖추고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교육을 이수한 뒤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나무의사의 진단을 필요로 하는 수목에 대한 예외규정이 폭넓게 적용되고 있어 아직 일이 많지는 않다. 이 때문에 조경사업과 함께 나무병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의사 시험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무의사 현황과 협회의 사업은 어떤가.

현재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1150명 수준이다. 이중 1000여명이 나무의사협회에 가입돼 있다. 합격률이 10% 안팎으로 낮은 편이다. 산림보호법에 나무의사협회를 규정하고 있지만, 운영비나 사업비 보조가 없어 자체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향후 나무의사 현안을 관철시켜 회원들의 권리를 높일 계획이다.

■나무의사 영역을 넓히기 위해 산림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산림보호법은 수목진료를 수목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모든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무병원과 나무의사의 업무영역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수목피해의 예방과 치료만 규정할 뿐 그 범위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따라서 산림보호법에 수세 회복(치료 후 허약해진 수목을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치료활동)은 치료에 포함됨을 명시해야 한다.

■아파트단지 내 숲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쟁점으로 알려져있다.

생활권 수목에 대한 무분별한 농약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의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숲이나 공동주택 산림도 나무의사 처방전 없이 농약을 사용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아파트의 94.3%, 학교는 64.3%가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관리소장이나 직원 등 시설관리자가 방제업체에 연락해 농약을 살포하는 형식이다.

■전국 아파트단지에 모두 적용할 경우 관리비 상승 등으로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

아파트 단지 내 수목은 1만3000개소다. 당장 모든 아파트 수목관리를 나무의사가 할 수 있는 상황은 안된다. 때문에 일정 세대 이상 대단지의 수목관리를 나무의사가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제도적 개선 사항이 있다면

천연기념물의 경우 문화재청에서 주치의 제도를 통해 관리한다. 하지만 전국에 1만3800본 정도 있는 보호수는 관리 사각지대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데 실태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500~600년된 나무가 보호수에서 빠진 경우도 있다. 나무의사가 보호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무의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려면 나무의사협회의 발언권이 강화돼야 할 것 같은데

협회 업무를 정관으로 규정해 정책개발이나 대외활동에 어려움이 많다. 협회 업무 등을 법으로 규정하고 생활권 수목 실태조사, 수목진료정보체계관리, 경력증명서 발급 등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