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10년간 근무한 경비원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가운데 갑질 여부를 둘러싸고 일부 경비원과 관리사무소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이 아파트 올해 1월 1일자 경비일지에는 관리사무소장의 특별 지시사항이 적혀있다. ‘신입 경비원 교육은 경비반장 책임하에 철저히 실시, 1월 1일 오작동 미조치 건으로 경비반장 교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 모 경비대장은 “이날 신입 경비원의 소방설비 작동 미숙으로 안 모 소장이 입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받자 숨진 박 모 반장에게 책임을 물어 일반경비원으로 보직을 강등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안 소장에게 ‘경비반장을 할 사람이 없다’면서 그의 지시를 한 달간 미뤘지만, 지난 8일 안 소장이 ‘경비반장을 할 사람을 찾았다’며 박 씨를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하고 다른 경비원을 반장 자리에 앉혔다”고 주장했다. 경비반장 임명은 경비대장의 건의에 따라 경비업체의 인사명령으로 이뤄지는데, 안 소장이 경비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박 씨는 일반경비원으로 강등된 후 6일 만인 14일 오전 7시경 ‘관리사무소장은 정신적 고통, 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남기고 투신해 숨졌다. 동료 경비원들은 박 씨에 대해 “10년 동안 성실하고 정직하게 근무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A경비원은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모범을 보이던 박 씨가 회의에만 다녀오면 ‘소장이 40여 분 동안 트집을 잡아 구박했다’는 말을 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경비원은 “안 소장이 박 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 소장은 “일부 경비원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월 1일자 경비일지 상의 ‘관리소장 특별지시사항’과 관련해 안 소장은 “박 씨가 신입경비원에게 소방설비에 대한 간단한 조치도 하지 않아 경비대장에게 새로운 반장 임명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또 “직원들에게 윽박지르거나 삿대질을 하는 등의 갑질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며 경비원들이 불편해할까 봐 순찰을 돌 때도 멀리 떨어져 지나다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가 남긴 호소문과 관련해 안 소장은 “추상적인 표현만 있을 뿐 모두 증거가 없는 일”이라며 “해당 호소문에 대한 의혹을 풀겠다”고 밝혔다.
박 씨의 동료 경비원 30여 명은 16일 오전 소장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며 5분간 관리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당 아파트를 조사할 계획이다.
한국아파트신문
박상현 기자 spark@hapt.co.kr